들어가는 글

내 생각은 학교를 향해 날아갑니다.
그곳에서 내 몸은
올바른 행동으로 만들어지고
그곳에서 내 영혼은
올바른 활력으로 키워지며
그곳에서 내 정신은
올바른 사람으로 깨어납니다.

— 루돌프 슈타이너

우리 학교가 부모와 교사의 힘으로 다시 세워진 지 8년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여덟명의 아이와 다섯 가정, 세 명의 교사로 꾸려진 작은 학교에서 어느 새 마흔 명의 아이들이 뛰어놀고, 꿈꾸며, 배우고, 자라는 배움의 공동체로 한 발 한 발 나아가고 있습니다. 어느새 두 번의 졸업생들을 배출할 정도로 시간이 흘렀고, 그 속에는 학교를 세워가기 위해 들였던 교사들과 학부모들의 무수한 땀과 고민이 녹아 있습니다. 그럼에도 우리가 발도르프 학교에 우리 삶의 중심을 내 주었던 이유는, 우리의 아이들이 푸르고 아름답게 자라고 있다는 사실이 매일 증명되고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아름다운 노래와 시가 시간마다 들려오고, 흥미진진하고 감동적인 이야기들이 매일 들려지며, 손끝에서 그림과 수공예품이 창조되는 아름다운 학교에서 아이들은 마음을 키웁니다. 북한산과 정릉천을 오르내리며 사계절의 자연을 온 몸으로 호흡하며 몸을 키웁니다. 선생님을 비롯한 어른들의 확고한 권위 속에서 온전한 사고와 판단력을 기릅니다. 형님이든, 동생이든, 작든, 크든, 부족하든, 넘치든 아이들은 서로의 손을 맞잡는데 주저하지 않고 가족이 되어 사랑하는 법을 배웁니다.

공부를 안 하는 방학이 제일 싫다는 아이들, 우주에서 우리 학교가 제일 좋다는 아이들이 이 곳에 다니고 있습니다. 그렇게 건강하고, 행복하게 어린이의 세계를 만끽하며 오늘 또 한 뼘 성장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발도르프 교육은 살아있구나’ 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모두가 다니는 학교가 아니기에 어느 길에선가 우리 아이들도, 부모님들도 나아갈 길에 대해 고민하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의 고민의 지점이 남들보다 앞서기 위한, 혹은 남들처럼 살기 위한 고민은 아닐 것입니다. 분명 더 나은 인간으로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에 대한 고민일 것이고, 그 때 우리와 우리가 함께 품었던 아이들은 곧 길을 찾을 힘이 내 안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입니다.

우리 학교는 발도르프 교육 과정을 충실히 따르려고 합니다. 아이들의 발달 단계에 맞는, 아이 하나 하나의 고유한 기질과 특성을 고려한 교육을 하고자 합니다. 교육은 매 순간 변화하며, 살아있는 아이들에 대한 온전한 집중에서 시작됩니다. 매일 매일 새로운 생명으로 대하며 깨어진 조화를 바로잡고자 애쓰고 있습니다. 죽은 개념을 가르치지 않고 상상과 예술을 통해 살아있는 배움을 얻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또한 우리 학교는 2021년 ‘서울형 대안 교육 기관’으로 선정되었습니다. 서울형 대안 교육 기관은 제도권이 아닌 다른 틀의 교육이나 진로를 선택한 어린이, 청소년들에게도 차별 없는 교육 환경과 질 높은 교육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취지로 서울시에서 마련한 제도입니다. 우리 학교는 교육 이념의 보편성, 전문성, 재정 운영의 투명성 등의 기준을 모두 충족시켜 선정되었습니다. 이에 2021년부터 서울시로부터 재정을 지원 받아 한층 더 안정적으로 학교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우리 학교에 관심을 갖고 문의하시는 여러분들을 위해 이 공간을 마련했습니다. 부족하나마 우리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교육과 다양한 활동들을 담고자 하였습니다. 발도르프 학교와 서울정릉발도르프학교에 대한 이해를 돕는데 작은 역할이나마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 7학년 담임 교사 이은경